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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청중을 아우르는 사람, 조급함으로 손해 보는 사람

by 탐탐이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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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에게 열심히 설명해도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 슬라이드 몇 개만을 기억한다면 마지막 결론에서는 통상적인 회사자랑과 예의성 '감사합니다.'를 빼고 최종 주장과 핵심 메시지를 담아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들의 주장이 맞다. 통과의례로 들어가거나 체면을 차리는 문구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다양한 표현들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질의응답 시간을 고려하면 15분 발표에서 10분은 이제 결론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봐야 하는데 이런 것들로 낭비할 겨를이 없지 않은가. 중요한 것을 마지막에 기억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 뿐이다. 발표 10분경에는 '초두효과'에 반대되는 '최신효과'가 힘을 발휘한다. 사람은 가장 가까운 시간의 자극과 정보를 잘 기억할 뿐만 아니라 강한 인상을 받는 심리를 말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순서를 추첨할 때 되도록 앞보다는 뒤쪽에 경연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장시간의 발표 등에서는 최신효과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된다. 장시간의 발표만큼은 아니지만 15분의 발표에서도 최신효과는 존재한다. 양괄식, 또는 미괄식 발표에서 결론은 청중에게 가장 핵심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며, 발표에 흥미가 없었던 청중에게 결론의 등장은 흥미를 제공하므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따라서 발표자는 오프닝 못지않게 결론 부분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물론 결론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핵심적 이야기가 잘 전달될지, 그리고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긴장을 느끼는 요인은 많다.

 

10분, 발표자는 고지가 눈앞에 있어서 조급한데 청중은 주의가 산만해지고 체력이 조금씩 떨어진다. 앞서 15분 발표가 주의집중력의 유지 한계 시간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그 한계 앞에서 서서히 감소하는 자연적인 시간 경과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본론에서 계속 논리적 이해를 요구하는 설득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머리를 써야 하는 고민과 선택의 작업은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본론을 열심히 경청했던 청중이라면 5분 이상의 뇌 활동으로 피곤감을 느끼며, 게다가 오프닝과 서론 부문에서는 공감을 위해 다양한 개입이 있었지만, 본론에서는 청중의 개입이 감소한다. 즉 초반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반에 이르러서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가깝게 변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원인이다.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은 발표 내용에 관심이 없는 청중에게는 지루함과 나른함을 주어 졸린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관심이 있던 청중조차도 이런 느낌을 받는데, 청중의 수가 많고 조명이 약간 어두운 경우는 더욱 심하다. 발표자 본인은 바짝 긴장하고 있어서 모르겠지만, 결론으로 넘어가는 발표장의 분위기는 이미 긴장감을 많이 잃어버릴 확률이 크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는 다시 청중과의 공감이 필요하다. 청중의 나른함을 일깨우고, '자, 이제부터가 핵심이니 잘 듣지 않으셨던 분은 이 포인트만이라도 기억해 주세요.;라는 마음속 메세지를 전해야 한다. 이때 많이 사용하는 것이 발표 주제에 맞는 현장감 넘치는 사례와 에피소드를 엮은 감동 스토리다. 설득형 이야기가 아닌 공감적 이야기로 분위기를 전환하면서 청중의 흥미를 유발하면 9부 능선에서 정상을 향할 수 있다.

 

스토리를 삽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결혼 부분으로 넘어가는 화면을 띄워놓고 돌발 질문을 하거나, 비교형 인포그래픽, 현장의 인터뷰를 잠시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불특정 다수의 대규모 강연회라면 박수를 치는 동작을 하거나, 살짝 유머를 섞어서 잠깐의 시간적 간격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 많은 발표자가 공개 설명회에서 '조금 나른하시죠. 자, 손을 머리 위로 뻗고 기지개 한번 펴보실까요?'라고 하는 이유와 같다.

 

이런 시도를 통하여 발표에 관심이 없던 청중도 '지금부터 결론인가 보네. 한번 이거라도 들어볼까?'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발표자는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부탁하고 청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재공감의 시간은 짧게 가지는 것이 좋다. 결론 전환 부분에서는 주의 환기 정도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청중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집중해 주세요.'라는 인식 정도를 만들어 주면 된다. 재공감으로 청중이 다시 발표에 주의하도록 유도했다면 지금까지 진행했던 발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결론까지 이어지는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론이라도 잘 들으려는 청중은 이전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므로 도움이 되고, 재공감으로 잠시 머리를 비운 청중도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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