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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마음의 내부를 탐구하다

by 탐탐이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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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혹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일은 과거나 현재나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인간이 생각을 가진 이상 자신의 본질을 찾으려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사람들은 그 답을 대체로 정신적은 능력에서 찾으려 했으며, 특히 정신을 의식과 묶어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대상은 사실상 의식에 국한되었다. 그러니 정신이란 이성을 중심으로 한 의식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정신 내부에서 의식과 상이한 특징을 가진 심리 현상이 나타나면 일시적 충동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심한 경우에는 광기로 여기기도 했고, 정상적인 정신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치부하기도 했다.

독일 관념론 철학의 선구자인 임마누엘 카트도 기본적으로는 의식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는다. 칸트는 "지각에 의한 내적 경험은 심리학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정신적 존재이기에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식은 단순히 '생각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칸트는 이를 '내적 경험'을 통해 강조한다. 즉 외부의 어떤 현상에 대한 생각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포함하는 것이다. 특히 칸트에게는 자기 스스로를 생각의 대상으로 놓고 관찰하거나 반성할 수 있는 인식능력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서양철학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할 때 늘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인간만이 지닌 특별한 능력을 찾으려 애썼다. 머리와 몸통, 팔과 다리 등 기본 신체 구조가 비슷하니 인간만의 고유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신체 능력으로 보자면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은 인간보다 우월하다. 사자나 호랑이의 강한 이빨, 표범과 치타의 빠른 발, 새의 날개 등은 인간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다.

 

하지만 인간에게도 어떤 동물보다 우월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생각이었다. 이에 동물은 육체, 인간은 정신이라는 구분법이 자리 잡았다. 칸트는 정신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내면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보다 높이 세우는 기준이라고 보았다. 물론 동물도 외부에 대해 생각하는 정신은 있다. 우리는 흔히 동물이 본능에 다라 행동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원의 사자는 아무리 굶주려도 무턱대고 말이나 사슴을 향해 달려가지는 않는다. 비록 사자에게 순간적인 민첩성이 있더라도 그들보다 빠르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작정 다가서다가는 사냥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사자는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주변 조건을 살피고 판단한다. 일단 사냥감을 일격에 제압하기 위해 최대한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고 지형지물을 관찰하영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게 나무나 풀을 이용하며, 바람의 방향까지도 면밀하게 살핀다. 자칫 바람을 등지는 순간 사냥감들이 예민한 후각으로 자신의 접근을 눈치챌 수 있기 때문에 사자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위치를 잡는다. 그리고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낮춘 채로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동물도 얼마든지 의식적인 판단과 행위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은 외부 대상을 넘어 자신에 대한 의식으로까지 영역 확장한다. 인간은 밖에서 벌어지는 현상만이 아니라 자신조차 대상화하여 생각할 수 있다. 칸트는 "인간이 자기의 표상 안에 '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내부의 마음조차 의식이라는 공간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독특한 정신 능력을 지닌다.

 

다시 동물과 비교해보자. 동물의 의식은 먹이의 종류나 상태, 혹은 기후 변화와 같은 조건과 관련해서는 나름대로 심사숙소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적으로 돌아보지는 않는다. 사냥해서 얻은 먹이를 앞에 두고 '내가 과연 이걸 먹어야 하는가?'라거나 '이렇게 사는 게 맞는가?'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는 않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사냥을 해야 하는 자신의 삶을 내적으로 관찰하거나 고민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만이 아니라 자기 행위나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종종 생활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칸트에 따르면 외부와 내부, 나아가서 내부에 떠오른 여러 상태를 뚜렷하게 구별하는 명료한 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인간은 정신적 존재로서 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작업을 스스로 조율 한다는 점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의식을 지니고, 통일된 인격을 마련한다. 칸트에게 정신의 자유란 이렇게 자기를 통제력 안에 두는 마음의 자율적 능력을 의미한다. 그는 복잡한 외부 현상은 물론이고 내적인 생각에 질서를 부여하고 일관된 판단 지침을 스스로 마련하는 의식의 힘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는다. 칸트는 내면의 의식 안에서 어떻게 '나'를 인식하는가를 나름대로 심리학의 출발 근거로 삼는다. 외부 대상에 대한 시각, 청각, 촉각 등의 신체 감각이 아니라, 내면을 살피는 감각 능력에 주목한 것이다. 그리고 내면의 특성상 지각은 실제 벌어진 일을 소재로 한 진상만이 아니라 공상을 동원한 가상도 포괄한다. 이로써 심리 현상은 칸트에게 탐구 대상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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